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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INSTITUTE OF TECHNOLOGY VALUE CREATION

ITVC 소식

신성철 교수 [57 호]
  • 작성자운영자
  • 작성일2007.08.13 11:33
  • 조회수24991
지진의 강도와 빈도수,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과 빈도수, 사람들의 이동거리와 빈도수, 인터넷 연결망수와 빈도수 등은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불규칙하게 보이는 현상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무질서하고 불규칙해 보이는 다양한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들도 서로 상관관계가 있으며, 나아가 이 상관관계를 한 가지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이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그 법칙이 바로
'거듭제곱법칙(power law)'이다. '거듭제곱법칙'이란 쉽게 말해 큰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적은 반면, 작은 현상이 일어날 확률은 크다는 것이다. 지진의 예를 들면, 지진 강도가 클수록 발생할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자성체에서도 이런 불규칙한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즉, 자성체의 자화 방향이 한쪽 방향에서 반대쪽 방향으로 역전하는 과정이 일정하게 일어나지 않고 불규칙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1919년 독일 물리학자 박크하우젠(Barkhausen)1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이 물리적 현상을 '박크하우젠 잡음현상'이라고 하며, 이는 자성체를 이용한 기기 및 스핀트로닉스 기술 잡음의 근원적 원인이 되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연구결과 '박크하우젠 잡음현상'은 거듭제곱법칙(power-law) 통계분포2로 설명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거듭제곱법칙 분포지수가 같은 차원의 자성체에서 왜 다양한 값을 가지는가에 대한 의문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학계의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신성철(申成澈, 55) 교수, 류광수(柳光洙, 30) 박사팀은 광자기 현미경이라는 특수 현미경을 제작(그림1 참조), 자구역전 과정을 400nm(나노미터) 분해능(分解能, 현미경, 망원경, 사진렌즈 등에서 관찰 또는 촬영하는 대상의 세부를 상(像)으로 판별하는 능력)으로 실시간에 직접 관찰하여 자구벽3의 미세구조 변화가 거듭제곱법칙 분포지수 변화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申 교수팀은 망간아세나이드(MnAs) 자성박막의 온도를 변화시킴에 따라 자구벽 구조가 변하는 것을 실시간에 직접 관찰하였는데, 온도가 섭씨 20도에서 35도로 상승함에 따라 자구벽의 구조가 톱니모양에서 평평한 모양으로 민감하게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그림2 참조). 바로 이런 자구벽의 구조 변화가 거듭제곱법칙 분포지수 변화의 직접적 요인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申 교수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거듭제곱법칙 분포지수가 자성체의 차원(dimension)에만 의존한다는 학계의 기존 학설을 뒤집는 발견이며, '박크하우젠 잡음현상' 연구에서 지난 20여 년간의 미해결 과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 것으로 평가되어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誌 7월16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된다(인쇄본은 8월 출판 확정). 한편, 이 연구결과는 물리분야의 획기적 발견을 소개하는 동 학술지의 "NEWS & VIEWS" 난에 해설기사로 다뤄진다.

이 연구 결과는 응용적 측면에서 21세기 새로운 기술혁명의 하나인 스핀트로닉스4 기술구현에 있어 장애가 되고 있는 잡음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申 교수는 오는 1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되는 자성분야 최대학회(2,000여명 참석 규모)인 '자성 및 자성체학회'(MMM)에 초청을 받아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보충 설명자료>
1. 박크하우젠 잡음현상: 1919년 독일 물리학자 H. G. 박크하우젠(1881-1956)에 의해 처음 발견된 현상으로, 독일 정부가 1981년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할 정도로 학문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2. 거듭제곱법칙 통계분포: 통계분포가 거듭제곱법칙, 즉 P(s) ~ s-t 통계분포를 따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t는 통계지수로 통계분포를 특징짓는 중요 지수이다. 이러한 거듭제곱법칙 분포를 보이는 통계 현상이 자성체의 박크하우젠 잡음 현상이외에 다양한 자연 및 사회현상에서도 최근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면, 초전도체 소용돌이, 미세파열, 지진, 허파 팽창, 종 멸종, 경제시장, 전하밀도파 등이 그것이다.

3. 자구벽: 서로 다른 자화방향을 가지는 두 자기구역을 구분하는 경계면이다. 자성체에 자기장을 가하면 자구벽이 새로 생성되거나 기존의 자구벽이 움직이는 형태로 자화역전이 일어난다.

4. 스핀트로닉스: 자성체의 전자가 스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 자성체 스핀을 이용하여 혁신적 새로운 소자를 구현하는 차세대 신기술 분야다.
스핀트로닉스 기술은 지난 50 여년간의 일렉트로닉스 혁명(전자혁명)에 견줄만한 21세기 새로운 기술혁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 정보저장 밀도의 100배 이상에 해당하는 고용량 하드디스크 개발, MRAM과 같은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개발, Racetrack메모리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초고밀도 정보저장소자 개발, 자구벽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논리 소자 개발, 마이크로파 영역에서의 스핀파를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통신소자 개발 등이 그것이다.